집값 떨어져도…'조정지역' 해제 기준이 없다

입력 2018-10-07 17:09  

부산·고양·남양주 "해제" 아우성

부산 아파트값 1년간 2.62% 추락
지난 8월 기장군 일부만 풀려

고양·남양주 '공급폭탄'까지 겹쳐

지자체 '해제 요구' 절차만 규정
국토부 결정 기다릴수밖에 없어



[ 양길성 기자 ]
2017년 10월 사상 최고치(한국감정원 통계 기준)를 기록한 부산 아파트값은 1년째 하락 중이다. 2014년 여름부터 3년간 쉬지 않고 올랐던 터라 후유증도 크다. 1년 새 집값이 1억원 이상 떨어진 단지도 많고, 거래량도 절반 넘게 줄었다. 그러나 부산 6개 구는 여전히 양도세 중과, 분양권 전매 제한, 청약 1순위 요건 강화 등의 규제를 받는 조정대상지역에 묶여 있다. 해운대구 우동 J공인 관계자는 “매수자가 없어 ‘거래절벽’인데 여전히 규제 지역에 포함돼 있어 인근 중개업소들은 고사 직전”이라고 토로했다.

정부가 집값 과열을 잠재우기 위해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한 일부 지역에서 불만이 나오고 있다. 조정지역을 지정할 때와 달리 해제에는 명확한 요건이 없어서다.

일부 지역은 미분양이 1년째 4배 넘게 늘었으나 아직도 규제 지역으로 묶여 있다. 정부가 구체적인 해제 지침을 마련하지 않아 정책 및 시장 혼선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분양 4배…집값 2억원 ‘뚝’

7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달 부산시 아파트값은 지난해 말과 비교해 2.62% 하락했다. 5대 광역시 중 울산에 이어 하락률 2위를 기록 중이다. 부산 집값을 견인하던 해운대구에선 아파트값이 수억원 떨어진 단지도 나오고 있다. 해운대구 우동 해운대두산위브더제니스 전용 104㎡는 이달 6억원에 거래되며 사상 최저가를 기록했다. 지난해 11월(7억8000만원) 보다 2억원가량 하락했다.

거래는 절벽 수준이다. 부산시에 따르면 지난 8월 부산 주택매매 거래량은 3049건으로 1년 전보다 50.28% 급감했다. 미분양 물량은 같은 기간 738가구에서 3129가구로 4배 넘게 불었다. 김학렬 더리서치그룹 부동산조사연구소장은 “공급이 급증해 가격 조정이 이뤄지려던 시점에 부동산 규제가 겹쳐 시장이 빠른 속도로 위축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수도권 조정대상지역 중에서도 상황이 비슷한 곳이 더러 있다. 지난달 고양시 아파트값은 전년 동월 대비 1.26% 하락했다. 일산이 하락세를 이끌었다. 일산 서구와 동구는 같은 기간 각각 2.32%와 1.73% 급락했다. 지난해 12월 후 9개월 연속 하락세다. 일산서구 탄현동 일산두산위브더제니스 전용 95㎡는 이달 5억7000만원에 거래되며 넉 달 만에 1억원 떨어졌다. 탄현동 M공인 관계자는 “일산보다 서울과 가까운 삼송 지축 등에 대규모 개발이 이뤄지면서 매수세가 크게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지난달 기준으로 남양주시 아파트값은 지난해 말과 비교하면 0.47% 떨어졌다.

공급 물량이 많아 하락세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해 1935가구이던 고양시 아파트 입주 물량은 올해 6033가구까지 치솟는다. 내년에는 1만3410가구가 입주한다. 남양주시에선 올해(8248가구)보다 5000여 가구 많은 1만3704가구가 내년 집들이를 한다.

◆규제 해제는 ‘하늘의 별 따기’

시장은 위축되고 있지만 조정지역에서 벗어날 길은 요원하다. 규제 해제에 관한 정량 요건이 없어서다. 지방자치단체가 해제를 요구하면 국토교통부가 40일 이내 주거정책심의위원회를 열어 해제 여부를 정한다는 절차만 있다. 투기과열지구처럼 1년마다 재검토해야 하는 규정도 없다. 주택가격·청약경쟁률 등에 따라 조정지역을 지정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부산시 관계자는 “집값 하락률, 거래량 등을 근거로 국토부에 조정지역 해제를 꾸준히 요구하고 있지만 이것이 해제 요건은 아니기 때문에 국토부 결정을 일방적으로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근 부산시는 7개 구(기장군 포함)를 조정지역에서 해제해달라고 국토부에 요청했으나 지난 8월 기장군(일광면은 제외)만 유일하게 해제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6개 구가 서로 집값에 영향을 크게 주고 있고 입지가 좋은 곳에 청약이 예정돼 있어 해제를 보류했다”며 “규제 해제는 정량 요소뿐만 아니라 지역 상황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결정한다”고 말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예측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명확한 해제 지침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규제에 관한 정량 요건을 명확히 정해야 지자체도 주택 정책을 합리적으로 마련할 수 있다”며 “해제 요건을 명확히 해 지자체가 시장 변화에 맞게 탄력적으로 정책을 수립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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